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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23년 2월 4일 이른 새벽에 서울로 올라와 잠실 새내의 작은 자취방에 짐을 풀던 날, 2월 7일 우아한테크코스 첫날 출입증을 받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얼마 전 그 출입증을 반납하고 왔습니다.

 

2022년 12월 26일 학교에서 진행하는 겨울방학 캠프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의 국룰 시간이라고 불리는 오후 3시가 되었고,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전 아직도 그날 우아한테크코스에 최종 합격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이메일을 받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전교에 자랑하고 다니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회사에 인턴도 같이 합격한 상태라 우아한테크코스로 인한 자퇴는 학교와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지만요.

 

저는 인생에 반드시 타야 할 기차는 단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아한테크코스가 그 기차라고 생각했고, 그날부터 학교의 자퇴라는 끝과 우아한테크코스의 입학이라는 시작을 위한 여러 가지 서류들을 준비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 와서 보면 다시 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


우아한테크코스에 등교한 첫날 뜬금없이 연극이라는 걸 시켰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 연극이라뇨. 그런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정이었습니다. 첫날 장미상가에 분식을 먹으러 가서 수줍게 자기소개를 하는데 그 어색한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연극은 잘 마무리하였고, 연극조 크루들이랑은 이후에도 정말 친하게 지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연극은 5기 이후에도 우아한테크코스만의 전통이 되어 우아한테크코스가 사라질 때까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1 레벨부터 2 레벨 까지는 정말 단순 미션의 반복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클린코드, OOP, Spring 기초 등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미션은 대개 페어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으로 진행되었는데, 페어 프로그래밍이라는 것도 우아한테크코스만의 특별한 문화라고 생각하합니다.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3 레벨부터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크루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그중 선정된 주제들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팀은 랜덤 하게 구성되었고요.

 

우아한테크코스를 반정도 진행하면 모든 크루들과 친할 거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이번 기수는 백엔드 크루만 100명으로 정말 많은 인원과 함께하였습니다. 그래서 팀에서 처음 보는 크루도 있었고, 알고는 있었지만 말은 안 해본 크루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그랬죠.. 그래서 그런지 팀 프로젝트 또한 첫날부터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의 주제는 초보 집사들을 위한 서비스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름들이 많이 제안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집사의 고민(이하 집고)이라는 이름이 최종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집고 팀은 첫 기획 과정, 디자인, 개발 방법론 등 다양한 시작과 논의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각 사람의 성향을 잘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급박한 일정이 되려 집고 팀의 분위기를 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굉장히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이게 다 팀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팀 프로젝트 회고는 다른 글에서 다뤘기 때문에 이만 줄이겠습니다.)

 

4 레벨은 팀 프로젝트와 미션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미션을 진행한다고 해서 데모데이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굉장히 바쁜 기간이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4 레벨 때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사용하는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었거든요.

 

spring framework, jdbc, tomcat 등 어느 정도 간단한 미들웨어들을 만들며 느낀 점은 개발 도구와 툴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미들웨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 관련 없어 보이지만, 매우 낮은 레벨까지 내려가보면 모두 비슷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실 프레임워크와 언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잖아요? 저는 그런 의미에선 프레임워크나 언어의 기술적 깊이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Network나 OS 등의 CS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CS를 잘 알면, 하나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더 빠르고 정확하고 넓은 시야로 학습할 수 있었던 것 같았거든요. 그때부터는 CS 관련 지식들을 열심히 공부했었네요.

 

폭풍 같은 4 레벨을 보내고, 본격 취준 기간인 5 레벨에 접어들었습니다. 5 레벨 때는 정말 이도저도 아닌 나날을 보냈던 것 같은데요. 어떨 때는 알고리즘 공부만 하고, 어떤 날에는 채용 공고만 보는 날도 있었고요. 어떤 날은 그냥 군대 가야겠다 생각하고 CS 공부만 하기도 했었습니다.

 

리쿠르팅 데이 이후 길이 명확하게 보였는데, 가고 싶은 기업은 총 4개가 있었습니다.(토스, 토스뱅크, 한국신용데이터(KCD), 29CM) 그 이후로 지원서를 넣었고, 그 과정에서 운이 좋게 몇 개의 회사가 잘 되어서 1월부터 토스라는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에는 우아한테크코스라는 선물을 받았다면, 올해 말에는 토스라는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여기까지가 짧게 추린 우아한테크코스에서 베베와 최근의 최원용 행보였고요. 우테코 회고는 바로 쓰려고 했는데, 면접 일정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쓰게 되었네요. (취업준비와 면접 관련 글 요청이 많았는데, 별도의 글로 올리겠습니다.)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우아한테크코스 크루, 코치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어쩌면 202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목표는 최선을 다해 새로운 팀에 녹아들고 기여하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료식날 수료증을 받았는데요. 여기에는 포비가 남긴 인상적인 문장들이 적혀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고 함께 응원하는 의미로 저에게 한 명의 은인인 포비의 인상적인 문장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by 캡틴 포비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일까요? 쉰 살이 되어가는 지금도 잘 모르겠네요. 옳은 방향이라 생각해 걷던 길이 어느 순간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종종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사회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에 의구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경쟁보다는 협력이, 속도보다는 방향이, 이기심보다는 이타심이, 확장보다는 깊이를 지향하는 삶은 어떨까요?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않으며, 저와 같이 반란군의 길을 걸어봐요. 반란군의 길을 걷는 것이 외롭고, 힘들 때 우리 서로 의지하고, 지탱하며 같이 걸어가요. 앞으로 걸어 나갈 여러분의 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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